렌즈와 마실쟁이는 놀이터에서 행복을 찾다

어머님 휠체어를 구입했습니다 본문

일상생활

어머님 휠체어를 구입했습니다

여차하니 2025. 4. 2. 22:22

그 오래전 호수 같은 눈동자를 지닌 여인에게 홀딱 빠져 지금까지 인생의 달콤한 꿀맛을 느끼며 생활하며, 때로는 땡벌이 쏘는 벌침과 같은 말에도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는 남자가 있습니다.

별명은 털보라고 하며, 때론 00시장에서 강아지를 파는 연기를 하기도 합니다.

 

앞서간 사람들은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말을 합니다.

저 역시 세월 앞에 장사가 아닌 졸병이 되어 가고 있으며

호수와 같은 눈동자를 지닌 여인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해 주신 그 분

즉 나의 장모님 이시자 어머님께서는 이제 허리는 굽고, 눈은 어두워지고, 행동은 느려 지시며, 사고와 판단의 깊이는 점점 얇아지고 계십니다

특히 거동이 힘들어 현대의학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안되며 매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몸둥이가 쌔가 빠질 것 같다라며 혼자 말로 삶을 투덜거리십니다.

 

강남 고층 아파트에서 생활하시다 보니 밖에 나가시는 것을 두려워하십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시는 것도 두려워하십니다.

밖을 나가시면 동을 구분하지 못하시어 집으로 돌아오시기가 어렵고 두렵다 하시며

혼자서 밖으로 나가시기를 두려워하십니다.

 

그래서 저와 호수 같은 눈동자를 지닌 그녀는 며칠을 고민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머님께서 밖으로 나가시는 것이 두렵지 않고

밖으로 나가시는 것이 즐거운 일상이 될까 며칠을 고민하였습니다.

결론은 휠체어를 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바쁘고 힘들고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어머님을 휠체어에 태워 매일 산책도 하고 봄날 꽃구경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더불어 사랑이도 산책 할 수 있는 12조의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 .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조금을 받아 휠체어를 구입하기까지는 번거로운 절차와 상당한 기간(6개월)이 필요하여 고민 끝에 병원에 근무하는 군 후배에게 부탁하여 휠체어를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주문한지 3일만에 휠체어를 받았습니다

 

휠체어는 바람을 넣는 쥬브 바퀴가 아닌 바람을 넣을 필요가 없는 통고무 바퀴 사양으로 선택하여 일상에서 바퀴로 인한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품을 선택하였습니다.

기타 사양과 사용법은 일반병원에서 사용하는 휠체어와 동일하였습니다.

 

기존에 사용하시던 보행보조기구와는 크기도 다르고 사용 용도도 다릅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밖으로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휠체어 무게가 약간 있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아파트 내에서나 여행을 다닐 때 가지고 다니기에 그리 불편하거나 부담되는 무게가 아니며 성인 남성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무게입니다.

 

저를 세상에 존재하게 해 주신 본가 어머님은 저 멀리 여행가고 계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호수 같은 눈동자의 그녀를 제가 만나 새로운 인생길을 걷게 허락해 주신 어머님은 제 옆에 계십니다.

제게는 정말 소중하고 귀하신 세상에 어머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오직 한 분이십니다.

 

얼마나 저와 오래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모시고 생활하겠습니다.

휠체어를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 생각처럼 휠체어를 부지런히 활용하여 어머님이 서울 생활이 좋다 라는 말씀을 하실 수 있도록 부지런히 바퀴를 굴리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소유자를 알 수 있도록 아파트 동호수도 붙여 놓았습니다.